쏟아지는 재난 문자
더위를 조심하란다

엄마에게 물 한 통이라도 챙겨 가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괜찮다며 그냥 나가 버렸다

나는 혼자 앉아 방에 걸린 오래된 사진들을 보며 저때는 행복했던 것 같은데 생각한다

옛날 일을 떠올리려 하면 떠오르는 건 폭력의 기억
내가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두들겨맞았던 것
내가 욕을 달고 살았던 것
뭐 그런 것

좋았던 기억은 대체 어디로 숨어 버린 걸까

가끔 오는 포토 알림
추억의 사진들
저때는 행복했던 것 같은데 또 생각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많이 울었었다
사진은 진실이면서 거짓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나와 사진 밖에서 울고 있던 나

사진들을 내다버리길 잘했다
추억하고 싶은 기억을 그즈음 혹은 그 사람과의 마지막; 혼란과 슬픔이 집어삼켜 버린다
기억 상실을 바라며 나는 머릿속에서도 기억들을 지워 나간다

떨쳐내려 할수록 더 들러붙는 기억의 장면들
하나하나 떼내어 불사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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