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에 땀이 밴다
흐트러진 이불깃과 내 셔츠
양 인형은 가만히 누워 있다
내 말을 다 들어주고 늘 웃고 있는 내 친구
머리맡과 발 밑에는 택배 상자가 쌓여 있다
이삿짐을 반년째 풀지 않았다
언제 어디로 떠날지 몰라서
어디로 떠날지 몰라서 아팠다
언제는 크게 중요치 않다
어디로 누구를 만나러 떠날지 몰라서 아팠다
초콜릿은 아직 꺼내 먹지 않았다
밸런타인 가방은 이삿짐 위에 고이 모셔져 있다
내 망상의 증거물
ㅡ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아 세상이 흐리게 보인다.
휴대폰으로 글 쓰는 게 버겁다.
일기도 아니고 시도 아닌 그냥 잡문을 쓰면서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촉망받는 시인이 되고 싶다? 그런 꿈을 꾼 적은 있다. 시도 열심히 안 쓰면서. 한때 많이 쓴 적은 있었다. 나름 열심히 썼었다. 대학원 가면 좋겠다는 교수님 말씀은 따르지 못했다. 돈 많이 들어서.
인정받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 마찬가지. 잡지사에서 딱 한 번 답장이 온 적이 있었는데 소설 분량을 좀 늘리라는 내용이었는데 늘리기 싫어서 그냥 내 블로그에만 올려 뒀고
화가가 되고 싶다? 마찬가지. 난 그냥 내 삘대로 막 그리고 싶을 뿐.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이건 먹고살려고 생각했을 뿐 되고 싶다는 생각은 그다지. 디자인 센스도 없는 것 같고
가수가 되고 싶다? 제일 열심히 한 게 이거다. 사고(난 이제 과거의 아픔들을 사고로 부르려 한다)를 겪으면서도 하려고 했던 게 이거다.
못 이뤄서 제일 슬퍼하는 것도 이거고.
이런저런 가능성들을 스스로 포기한 것을 제일 후회하는 것도 이거다.
내 몇 달치 월급을 들여서라도 하고 싶었던 게 이거다.
가수의 뜻은 노래 부르는 사람. 단순히 가수가 되고픈 거라면 유튜브에 올려도 된다. 법륜스님 말씀을 떠올려 본다. 난 가수가 되긴 되었다. 인기 가수가 못 되었을 뿐.
시? 소설? 등단을 못했을 뿐 쓰긴 했다.
만화? 데뷔를 못했을 뿐 인터넷 웹툰 도전 카테고리에 올려져 있긴 하다.
다 이런 식이다.
고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해야만 한다.
이불과 인형
2023. 8. 2.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