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 주택의 여름에서는 찜질방 냄새가 난다
백수 주제에 에어컨 켜기가 죄스러워 선풍기로 버티자니 땀이 맺힌다
한여름 며칠은 괜찮겠지 하며 에어컨을 켜 뒀다가 좀 시원해지면 끄고 선풍기를 틀어 둔다
엄마는 오늘도 복숭아를 깎고
나는 오늘도 누워 있다가 복숭아를 먹기 위해 일어나 앉는다
망가진 복숭아를 잔뜩 사 와 손질하는 엄마
나는 같이 깎기가 귀찮아 괜히 복숭아 좀 그만 사 오라고 엄마를 타박한다
내가 하는 집안일이라고는 설거지뿐인데 그마저도 저녁에는 하지 않는다
내가 밥을 먹지 않기 때문에
; 방 밖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점점 더 아무것도 안 하게 되면서 나는 숨만 붙어 있는 밥벌레 비슷한 게 되어 간다
나는 일부러 나를 몹쓸 인간으로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 내가 죽을 때 아무도 슬퍼하지 않도록
엄마는 부엌에서 묵묵히 복숭아 한 상자를 깎고
나는 방으로 도망쳐 와 이런 글이나 끄적인다
엄마가 남 몰래 우는지 안 우는지 나는 모른다
쓰러져 죽어가던 걸 살려 놨더니 어쩌고 하던 엄마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쓰러져 길바닥에서 죽는 게 나았을 인간인지도 모른다
복숭아 깎다 껍질을 너무 두껍게 깎는다고 핀잔을 들었던 나는
복숭아 깎기를 연습하는 대신에 방구석으로 도망쳐 이런 글을 끄적인다
이 세상에 존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는데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속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뒤늦게 가서 체면치레로 썩은 복숭아 몇 개를 손질하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이런 글을 끄적인다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한 달 두 달 흘려보냈다
; 엄마는 내가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방을 어둡게 해 놓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한다고
복숭아는 잘 문드러진다
문득 나랑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둑한 방
손에서 복숭아 냄새가 난다
여름 복숭아
2023. 7. 29.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