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잡기


아픈 눈을 뜨면 지지직
라디오 주파수 잡는 소리가 들려요
눈꺼풀에서도 지지직 소리가 나는 것만 같아
희미한 아침 햇살에 따끔거려요

이마 안쪽 벽을 타고 지지직
지난 밤 꾸다 만 꿈이 흘러가요
잡고 싶기도 하고 버리고 싶기도 한
신나고 괴상한
왼쪽 가슴 저 밑을 닳고 닳은 손톱 끝으로 간지럽히는
온전히 눈을 뜨면 날아가 버리는
저 먼 세상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내 모습은 아니었을까
그리워져 서글퍼지는 꿈

내 귀는 끊임없이 주파수를 잡아요
잡아도 잡아도 잡히지 않는

매일 밤 눈을 감으면 같은 곳
눈을 뜨면 사라지는
뿌연 잔상 위로
시리고 뜨거운 것이 주르륵
흘러내려서 두 볼에 말라붙어요

그곳의 나도
이곳의 나를 희미함으로 만나며
이유도 모르면서
눈물을 흘리지는 않을까

꿈속의 내게는 이 글을 쓰는 내가 꿈이고
나의 하루를 매일 밤 지켜보며
눈을 뜨면 사무치는 슬픔으로
가슴 한쪽을 부여잡고 울까요?

심장을 만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프고 간지러운 내 심장을 토닥토닥
어루만질 수 있다면
나는 늘 애꿎은
왼쪽 가슴을 쿵쿵 두들겨요

아파
아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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