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개(누군가의 인생)
그르륵 그르르르륵 그륵
옆집 개가 뭔가를 긁어대고 있다
사지를 쭉 뻗으면 신장이 사람과 비슷할 듯한 옆집 개는
뒤뜰이라고 하기가 민망한 시멘트 바닥 위에서 맴맴 돌거나 낮잠을 자거나 가끔 울거나
옆집 아저씨는 한낮에 개를 자꾸 때린다
때리면서 밥을 준다
아무나 보고 짖지 말라면서 때린다
아저씨보다 이빨이 튼튼할 옆집 개는 낑낑거리기만 한다
옆집 아줌마는 한밤중에 개를 때린다
뭐라뭐라 소리를 지르면서 때린다
나는 그저 잠을 청하며 가만히 듣고 있다
옆집 개는 제 몸의 10배는 겨우 되려나 싶은 시멘트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멘트 바닥의 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줄에 매여서
가끔 옆집 개와 눈이 마주치면
녀석은 그 까만 눈동자로 나를 아주 빤히 쳐다보고
그럼 나는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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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쓴 시
옆집 개(누군가의 인생)
2023. 5. 19. 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