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콘서트 보러 처음으로 경산에 다녀왔다. 가끔 기차 탈 때면 지나치기만 하던 경산역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놀러가는 건데, 그리고 다음번이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데 싶어 가는 김에 대구부터 들러 여기저기 가 보고 대구 가면 늘 먹는 것들도 먹고 그럴까 싶었었으나 경산에 처음 가 보는 거라 경산에서 시간을 보내자 싶어 그냥 바로 경산역으로 갔다.
내리니 비가 아주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삽살개 동상이 있어 찾아봤더니 경산 삽살개가 천연기념물이라고 한다.
역 건너편에 대추팥빵 파는 가게가 있던데 맛있어 보였다. 3개 5천원이던데 살까 말까 하다가 안 샀는데 사 올걸 그랬나 싶구먼...
경산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기도 했고(공연 같은 거 보러 갈 때는 혹시 지각하게 될까봐 다른 데 잘 안 들르는 편이라 영남대 부근만 지도 보며 좀 찾아봄... 한 십 년 전에 인천 놀러갔을 때 이것저것 일정 잡았다가 버스가 잘 안 오는 지역이었어서 버스 기다리느라 15분 정도 지각해서 영화 무대 인사 놓친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일정 많이 안 잡게 된 듯) 공연 장소인 영남대 앞에도 가게는 많길래, 밥 먹고 머리 자르고 그러면 시간 가겠지 싶어 바로 영남대로 갔다.
10시 좀 넘어 도착. 공연 시간에 비해 정말 일찍 갔다. 정말 너무 오랜만의 나들이여서... 좀 놀고 싶어서...
집에서 롯데리아 가려면 40분 가량 걷든 버스를 타든 해야 해서(동네에 있던 롯데리아 두 개는 시차를 두고 다 없어짐...), 경산까지 가는데 롯데리아? 싶긴 했지만 롯데리아에 신제품? 익스트림 레몬크림 새우버거 먹으러 갔다.
새우버거를 좋아해서 이것저것 먹어 보는데 사각 두 겹? 새우버거는 좀 느끼했고 레몬크림은 그냥 내 취향이 아니었다. 레몬 크림 까르보나라도 안 좋아하고 레몬 크림을 안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호기심에 먹어 봤는데... 내 입에는 그냥 새우버거가 제일 나은 듯.
그리고 머리를 하러 갔다.
대로변~골목길을 두어 바퀴 돌다가 헤어살롱 더 바오라는 미용실에 들어갔다. 밖에서 봤을 때 분위기가 가장 내 취향이어서.
머리 한 지 서너 달 정도 되었는데 너무 너저분하여 몇 주 전부터 고민이었다. 커트를 할까 펼까 묶을까 하다가... 묶어도 너저분한 상태라 그냥 잘라 버리자 하고 쇼트커트를 할 생각으로 갔는데 머리 이렇게 해 주세요 하고 사진을 보여 드린 게 아니라 말로 대충 길이감만 말했다가 아주 약간의 대화 끝에 그냥 짧은 단발로 잘랐다.
너무 잘 잘라 주시고 드라이도 정성껏 해 주셔서, 4년 전에 우에노 공원 옆 미용실에서 거의 1시간에 걸쳐 보브? 스타일로 잘랐던 것 이후로 가장 마음에 드는 머리. 커트 가격은 12,000원.
지금은 머리 감아서 드라이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마음에 든다.
지도상으로 봤을 때는 영남대가 너무 넓어 보여, 공연장에 미리 가 보자 싶어 가 봤는데 정문 우측에서 직진하면 나오고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았다.
영남대 약자 조형물이 많더라. 쇠와 돌로 만든 조형물인데 마음에 들었다.
학교가 커다란 공원처럼 돼 있더라.
이때 시간이 1시쯤...? 네 시간이나 남아서, 지금이라도 대구 시내 가서 떡볶이라도 먹고 올까 어쩔까 오랜만에 방천시장에라도 가 볼까 어쩔까 하다가 그냥 커피 마시고 하면(10시 반에 새우버거 세트를 먹었던 터라 배가 안 꺼진 상태...) 시간 가겠지 싶어 학교 안에 앉아서 좀 쉬다가 카페에 갔다.
어느 카페에 갈까? 하며 대로변부터 골목까지 두 바퀴 정도를 돌다가 이디야 맞은편 원피스 커피 입구가 두 바퀴 돌 때에야 눈에 띄어 들어갔다.
플레인 크로플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커피는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적당한 농도?의 괜찮은 맛이었고, 갓 구워 내주신 크로플이 쫀득쫀득 아주 맛있었다. 시럽은 아마도 메이플 시럽?
2층에서 내다보는 전망이 좋았다. 오래된 골목 느낌...
좀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혼자 다니다 보니 누구랑 수다를 떨 것도 아니고, 드로잉북이나 책도 안 들고 왔고(아침에 급히 나오느라 뭘 챙길까 말까 세수하며 잠깐 고민하고선 아무것도 안 챙긴...) 먹을 것도 다 먹었는데 오래 앉아 있기가 그래서 다시 영남대로 가 앉아 있었다. 전날 잠을 설쳤던 터라(요즘 거의 매일 잠을 설친다. 만성피로 상태) 너무 졸려 머리가 지끈거렸다.
벤치(는 아니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에서 자던 사람이 부러웠다. 일행이 있어서...
나는 혼자여서 벤치에서 자기가...
그리고... 세 시쯤? 배도 약간 고프고 공연 전에 뭘 먹어 둬야지 싶어(원래는 공연 시간인 5시가 저녁 먹는 시간) 뭘 먹지 하다가 수제버거집에 갔다.
롤롤.
사실은 새우버거를 먹고 싶었지만 오전에 어쨌든 일단 먹은 메뉴이고, 경산에 언제 또 올지도 모르는데 좀 특이한 메뉴를 먹어 보자 싶어서 흑미 아로니아 불고기 버거를 먹었다. 단맛이 나는 불고기버거였다. 번이 쫀득쫀득해서 독특했고, 불고기는 달콤하면서 약간 알싸하게 매웠다.
맛있었다.
감자튀김도 먹어 보고는 싶었으나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았던 터라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버거랑 음료만 먹었다.
패티가 아니라 진짜 불고기가 들어 있는 불고기 버거.
그리고 공연을 보러 갔다. 1시간 반 가량 일찍 간 터라 또 기다림... 갑갑하여 나갔다 들어갔다 나갔다 들어갔다...
내 또래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40대 이상이 많아 보였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아 조금 부러우면서 쓸쓸...ㅎㅎ 혼자 온 사람도 더러 보였지만.
혼자 다니는 데 익숙하긴 한데 가끔은 외롭다.
특히... 쪽잠 자고 싶은데 망 봐 줄 사람 없을 때? ㅎ
사람 많은 데 오랜만에 가서 낯설었다. 긴장도 되면서 의외로 편하기도 하고... 아, 나 원래 사람 많은 데에도 잘 갔었지 하며...
공연은 따로 후기를 간략하게 썼지만 정말 즐거웠다.
내가 살면서 완규 형님 보컬의 부활 콘서트를 보게 되다니... 뭐 이런 느낌...
대답도 열심히 하고 노래도 열심히 따라 부르고 박수도 손이 얼얼해지도록 치고...
마지막 보컬 박완규라는 채제민 님의 소개가 좋았다. 흑.
쓰다 보니 저쪽 후기에는 안 쓴 얘기도 쓰게 되는군.
내가 나도 머리 그냥 기를까 생각하는 거의 유일한 이유가 완규 형님인데 기르는 것도 힘들고 관리도 힘들어 늘 중도 포기... 오늘도 잘라 버렸고. 공연부터 봤었으면 스트레이트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2011년 아니면 2012년 봄에 건대 근처에 몇 달 살았었을 때 건대 후문 쪽(어린이대공원 정문 쪽?) 카페 테라스에 완규 형님이 선글라스 안 끼고 앉아계시는 걸 봤지만 부끄럽기도 하고 긴가민가하기도 하고 방해하기도 그래서 잠깐 바라만 보다가(아이컨택?) 돌아섰었는데... 그때의 아쉬움을 날려버린 하루였던 듯.
공연이 7시 10분쯤 끝나 딱 기차 타러 가기 좋은 시간이어서 그냥 바로 출발했다. 원래는 하룻밤 자고 대구에서도 좀 놀까 했었지만... 대구 안 간 지 나 5년 정도 됐나 보다. 먹고 싶은 거 많은데...ㅎㅎ
예전에 종종 갔었지. 지금은 문 닫은 동성로 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구제옷가게에서 옷도 사고, 떡볶이도 먹고 빵도 먹고 짜장면도 먹고... 아무튼.
피곤하기도 하고 기차 시간도 딱 맞아서 역 가는 버스 안에서 기차표 예매를 하고 그냥 집으로.
경산역 풍경.
오랜만에 맛난 것도 먹고 머리도 하고 공연도 보고 즐거웠던 하루.
바깥바람 쐬는 건(돈 쓰는 건...) 즐거워.
요즘 내 돈이 내 돈이 아닌지라 아예 쓰지를 않고 있는데... 정말 오랜만에 바깥바람 쐬고 돈도 썼다. 돌아다니고 먹고 사람 구경도 하고 하니 좀 살아 있는 느낌...
어쨌든.
즐거운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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