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내가 너의 색깔이 되고 싶어
너의 컬러 물감이 되고 싶어
(수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때 원래 흑백 물감은 잘 쓰지 않아; 예전에는 그랬어)
네가 너의 세상을 칠할 때 컬러풀하게 그려 나갈 수 있도록
너의 물감이 되고 싶어
너는 그렇게 말했었지
지금 너의 세상도 흑백이면서
내가 흑백이어서 너까지 흑백이 된 걸까
너도 원래 흑백이었는데 날 컬러로 만들려고 총천연색인 양 애를 쓰고 있었던 걸까
흑백이어서 슬프다고 생각지 않았어
그런데 온통 흑백인 네 세상을 계속 보다 보니 날 볼 때 네 심정이 이러했을까 싶은
어딘가 쌔...하고 아린 느낌
(과자빵 먹을 때 부스러기가 잔뜩 떨어져 정작 얼마 먹지도 못할 때의, 부스러기를 꾹꾹 눌러 입으로 가져 가는 동안 또 부서져 내릴 때의 그런 느낌)
내가 너의 컬러가 되어 주고 싶어
이제는 내가 말하고 싶어
내가 너의 색깔이 되어 주고 싶어
'글 > 운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학생 때 쓴 시들 발견 (0) | 2023.06.13 |
---|---|
하늘빛 꿈 (0) | 2023.06.08 |
구걸; 살아 있어라 운명 따위 없으니 (0) | 2023.05.30 |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아침 (0) | 2023.05.25 |
비빔면 (0) | 2023.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