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버스를 기다리는 아침

                                     

아침 바람이 쌀쌀하다
반팔을 꺼내 입은 걸 후회할 뻔하다 작업복을 떠올린다

통근버스들이 지나간다
내가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새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각각의 버스에 올라탄다
내려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통근버스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내가 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 확실하다는 믿음이 생긴다
실은 그저 부품일지도 모르나

내가 오늘 버스를 타지 않고 사라진다 하여도
금세 다른 이가 버스에 올라타게 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먹고살기 위해 버스를 기다린다
떳떳한 일꾼으로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내가 돈 벌어 내 먹을 거 내 놀 거 떳떳하게 쓰기 위해

나는 내가 일해서 스스로 먹고사는 거라는
명분 하나를 위해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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