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떠난 지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외롭지 않았다면, 외국을 떠돌며 뿌리 없이 살지 않았다면, 가족 기반이 끈끈하고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뎌 온 나무처럼 유대가 깊고 튼실했다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울울하고 쓸쓸하던 그 음성이 가슴 아픈 여운을 남깁니다.

-알라딘 eBook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4박5일> (신아연 지음) 중에서


ㄴ 나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나도 어떻게 보면 떠돌이처럼 살아온 것 같기도 하고, 그럭저럭 평범한 집에서 자라온 것도 같지만 어릴 때부터 정서적 학대가 있었고 간간이 물리적 학대가 있었고, 위험하고 힘들 때는 보호받지 못했고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도 없었다. 지금은 나이도 들었고 아직까지 부모님 도움 받고 사는 게 부끄러운 처지이지만... 4년간 타국 생활하다가 급작스레 왔는데 돈이 정말 많지 않은 이상 타국 생활하다가 갑자기 돌아오면 거리에 나앉게 되거나 가족에게 기대게 되거나인가 싶었다. 원래는 두세 달 안에는 취직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온 거였는데 취직이 안 되다 보니 그냥 쌩거지가 되었다. 이런 내가 바보 같아 싫고 한국에 있어 봤자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듯해 다시 나가려 하는데, 다시 떠돌이 생활 시작인가 마음을 바꿔 나도 어딘가에 정착해야 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나도 누군가와의 유대가 끈끈했다면 힘들 때 죽고 싶다는 생각 대신 그 사람을 떠올리려나.
가족들과 그럭저럭 친하긴 하지만 부모님과 있으면 옛날에 혼나고 맞았던 기억이나 힘들 때 도리어 나한테 뭐라고 하고 뭐 그랬던 기억 등등이 떠오르고, 내가 동생들한테 의지할 것도 아니고...
친구는 외국에 있는 친구(일본에서 1년 가까이 알고 지냈던) 한 명, 한국 친구는 연락 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연락 되는 애랑은 그다지 친하지 않고 친하게 지내서도 안 되는 애.
고로... 끈끈한 유대 관계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조카랑 친하게 지냈었는데 조카는 아이니...
ㄴ올해 많이 아팠는데 엄마가 간호해 주고 그러면서 가족의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

데이비드 실즈의 에세이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에는 “시도가 실패한다고 해도 무슨 상관인가? 모든 인생은 결국에는 실패한다. 우리가 할 일은 시도하는 과정에서 즐기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죽음을 자주 생각하면서 저는 삶을 과정으로 보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 여유는 주어지는 일을 인연 따라 받아들이게 합니다. ‘안 하느니만 못한 거 아냐? 일이 잘 안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을 별로 안 합니다. 그냥 해 봅니다. 망치면 또 어떻습니까. 뭐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결국 우리는 모두 실패할 테니까요. 어차피 미완성으로 끝날 테니까요. 그렇다면 과정만 남습니다. 결과가 있다고 한들 과정 중의 결과일 뿐, 생 전체는 과정입니다.

-알라딘 eBook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4박5일> (신아연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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